길가메쉬 서사시. 인류사 가장 오래된 전기이자 여행과 모험 이야기의 주인공이지만 요즘은 마요미에 밀려 마동석으로 알고 있는 인물이죠. 한 번 알아봅시다.
*길가메쉬 서사시의 내용을 주로 하고 다른 책들의 내용을 조금 첨부하겠습니다.
광활한 땅 위에 있는 모든 지혜의 정수를 본 자가 있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모든 것을 경험했으므로
모든 것에 능통했던 자가 있었다.
지혜는 망토처럼 그에게 붙어 다녔기에
그의 삶은 지극히 조화로웠다.
그는 신들만의 숨겨진 비밀을 알았고
그 신비로운 베일을 벗겨냈으며
홍수 이전에 있었던 사연을 알려주었다.
그는 머나먼 여행길을 다녀와 매우 지쳐 있었으나
평온이 찾아들었다.
자신이 겪은 고난을 돌기둥에 새긴 그는
우루크에 한껏 뻗은 성벽을 세웠는데
그것은 에안나라고 불리는 신령스러운 신전의 성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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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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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난 바로 그날부터
그의 이름은 길가메쉬였다.
3분의 2는 신이었고, 3분의 1은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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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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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상 모든 곳을 둘러보았으나
우르크 성으로 돌아왔다.
긴 여정이었고, 피로에 쌓여 몹시 지쳐 있었다.
그가 돌아오자 곧장 이 이야기를 돌에 새겨놓았다.
- 길가메쉬 서사시 中 인용
세상밖으로 나온 길가메쉬
길가메쉬는 메소포타미아 지역 우르크의 1 왕조 5대 왕으로 그의 이야기는 BC 7세기 니네베의 아시리아 왕 아슈르바니팔 왕궁 서고(書庫)에서 출토된, 12개의 점토서판(粘土書板)을 1862년 영국의 조지 스미스가 해석해 내용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내용을 해석하는데 무려 2500여 년이 걸린 것입니다. 이 점토판의 내용이 해석됨으로서 길가메쉬가 실존인물이란 사실이 밝혀졌고, 베레쉬트(구약)의 내용이 다수 들어가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죠. 호메로스보다도 1,500여 년이나 앞서 있는 기록이며 그의 일리아드나 오뒷세이아를 봐도 알게 모르게 길가메쉬 서사시의 냄새가 많이 납니다.
구약과 길가메쉬
요즘은 이런저런 자료를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그런지 구약을 오리지널 스토리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예전처럼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아브라함도 우르크쪽 사람이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구약은 이런저런 얘기들의 짜깁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메르어나 아카드어로 쓰인 이야기가 다른 언어(희랍어, 히브리어)로 전해지면서 그들의 사고방식대로 각색이 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거죠.
베레쉬트도 히브리어로 만들고 유대인의 사고방식대로 해석을 한 책이라는 게 학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의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사실에 바탕을 했다는 것까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그 속의 이야기가 이런저런 지역의 기록에 나오는 걸 보면 전체는 아니어도 대부분은 있었던 이야기에 기초한 것 같긴 합니다.
지구 연대기와 에일리언
더 나아가 제카리아 시친의 지구 연대기 같은 책을 보면 아예 신을 외계 종족으로 결론짓고 있는 의견도 있지요. 성경 속의 네필림이나 딘기르, 틸문의 해석도 왜곡되어 있다는 입장을 갖고 계신 분이죠. 인간이 노동에 지친 하급 신인 아눈나키들의 반발로 인해 만들어진 일하는 도구와도 같다는 대담한 주장을 하시는 분입니다. 이 분과 궤를 같이 하는 영화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 프리퀄 3부작이고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공감도 됩니다.
점토판 속 길가메쉬
다시 돌아와서 기록 속의 길가메쉬는 왕으로서의 영웅의 모습과 폭군의 모습을 오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폭군적인 모습의 길가메쉬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이 됩니다.
- 모든 젊은이들은 길가메쉬에게 당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품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아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당시에 토목사업이나 군역을 과하게 부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의 욕망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머니의 품으로 자유롭게 돌아갈 수 있는 딸은 아무도 없다. 전투 경험이 많은 군인의 딸이건, 젊은 사람의 신부이건 상관없이!
이건 당시의 초야권과도 관계가 있는 듯합니다. 초야권이란 결혼 첫날밤에 신랑 이외의 남자가 신랑보다 먼저 신부와 동침하는 권리를 말하는데 주로 권력자인 왕이나 영주, 나아가서는 성직자나 브라만, 승려들 사이에서도 의식적인 행위로 행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인간들의 한탄을 듣은 천계의 신들이 가장 위대한 신인 아누에게 호소를 했고 아누는 여신 아루루에게 명해 그와 맞설 수 있는 엔키두라는 존재를 만들게 됩니다. 한 사냥꾼이 그의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떨며 길가메쉬에게 알렸고 길가메쉬는 신전의 매춘부 샴 하트를 시켜 엔키두를 유혹해 그와 7일 낮과 밤을 관계해 야생의 힘을 없애고, 그를 따르던 동물들까지도 피하게 만듭니다.
이 당시에는 성행위를 야생과 문명을 구분 짓는 행위로 인식했다는 견해 있습니다. 비가 안 오는 것을 성적인 행위의 부재로 생각했고, 기우제의 중요한 의식으로 신전의 창녀와 왕이나 제사장이 성적행위를 함으로 남신과 여신이 결합해 비를 내려준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이해하기 쉽진 않지만 굉장히 신성하고 공적인 행위로 본 것이죠. 음모론?이지만 지금도 이런저런 종교와 관련된 비밀스러운 집단에서는 이런 종류의 성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전에는 매춘을 하는 여사제가 있었던 듯하고, 그 행위로 야생의 엔키두를 문명의 세계로 끌어들였다고 생각한 것이겠죠.
싸우고 나면 친해진다고 후에 길가메쉬와 엔키두는 둘도 없는 영혼의 단짝이 됩니다. 친구이자 제2의 자아였다고 생각됩니다. 둘은 삼나무 숲의 괴물이자 파수꾼인 훔바바를 없애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이 지역은 오늘날 레바논의 삼나무(백향목)가 나는 지역이라고도 합니다. 당시에 도시를 건설한 때 나무가 필요했고, 우르크 지역에는 나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나무를 가져와야 했을 겁니다. 아마도 훔바바의 이야기는 이런 지정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우르크 지역에서 왕의 업적을 높이기 위해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쉬타르(인안나= 아프로디테=비너스)로부터 유혹을 받지만 그녀와 함께했던 남자들의 뒷얘기를 말하며 거절을 하였고, 이에 화가 난 이쉬타르는 아버지로부터 하늘의 황소 구갈안나(저승의 여왕 에레쉬키갈의 남편이었던 하늘의 큰 황소) 빌려 복수를 하려 하였으나 엔키두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의 넓적다리를 뜯어 던지며 조롱까지 당하게 됩니다. 둘은 유프라테스강에서 몸을 씻고 우르크로 돌아가게 되고, 이에 위기를 느낀 신들이 회의를 열게 되는데 그 결과 길가메쉬는 살아남고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제2의 자아인 엔키두만 죽이기로 결정을 합니다. 후에 엔키두는 병에 걸려 12일동안 앓다가 죽는다고 나오는데 엔키두의 죽음으로 길가메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게 되고 불로초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인류의 영원한 관심사 영생과 죽음
영생의 비밀을 알기 위해 죽지 않는 유일한 인간인 우트나피쉬팀(구약의 노아)을 찾아 나서게 되고 고생 끝에 우트나피시팀을 만나 대홍수에 대해 전해 듣고 영원히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잠을 이기지 못해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아내의 요청으로 길가메쉬에게 불로초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게 되고 어렵게 불로초를 찾았지만 우르크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뱀에게 불로초를 빼앗겨 허무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현재와 만난 길가메쉬
이런 옛날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얘나 지금이나 정말 큰 틀에서 인간의 삶은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명의 발달로 인해 생활상이 바뀌고 조금씩 편해지고는 있지만 삶의 본질적인 문제나 고민은 변하지 않고 답도 없다는 생각이 들죠. 어쩔 때는 이런저런 지식이 늘어나면서 고민거리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당시 수메르의 점토판에 적힌 내용을 보면 학교에서 수업을 받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나 아버지와의 갈등 등이 나오는 내용들도 있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인간의 생각은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길가메쉬 서사시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인간의 가장 큰 고민거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잘 묻어나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길가메쉬'라는 의미의 설형문자
수메르인들은 길가메쉬를 빌가메쉬(Bilgamesh)로 부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름은 '빌가 (bil-gal)'와 '메쉬(mess)' 로 구성되어 있다. '빌가', 즉 '늙은이, 조상' 이라는 뜻과 '메쉬 , 즉 '젊은이, 영웅' 이라는 뜻이 합쳐진 이름이다. 이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길가메쉬가 영생을 갈구했음에도 '늙은이에서 젊은이로 되지 못하고 '젊은이에서 늙은이로 되어 결국은 죽어야만 했던 한 수메르 영웅의 한(恨)을 잘 표현한 느낌이 든다. 학자들은 193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수메르어 판본을 판독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필자가 접한 1917년판 미국 필라델피아 대학 박물관 출판물 길가미쉬 서사시(The Epic of Gilgamish)) 208쪽을 보면 그의 이름에 대한 흥미로운 주석을 달고 있다. 거기에는 '길가메쉬' 를 '길가미쉬(Gilgammish)' 로 표현하면서, '길가미쉬'는 본래 '기 빌 아가미쉬(Gi-bil-agd-mis)' 라고 한다. 여기에 나오는 '기빌(Cibil)'은 불의 신이다. '기발아가미쉬 가 다시 '기발가미쉬(Gi-bil-ga-mis/Gi(s) bil-gat-mis)' 로 바뀌고, 여기에서 최종적으로 가 로 바뀌는 과정을 기차 길가미쉬('Gil ga-mis Gilganis)가 되었다고 걱고 있다. 이름 앞에 붙인 위첨자 d는 '신(州), 딘기르/기(DIN. GIR)'를 뜻하는데, 이는 1910년대 당시 학자들은 길가메쉬를 역사적인 실존 인물로 보기보다는 신 쪽에 비중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는 비록 반대로 실존 인물에 훨씬 무게가 실려서 3분의 2가 신이라는 그의 유건격 특성은 다분히 신화적이다. 사진 조지프 페이건.
- 길가메쉬 서사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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