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우리은행 600억 횡령사건 정말 몰랐나?

by 땡이억이 2022. 5. 4.

우리은행에서 또 한 번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직원이 600억 원이 넘는 돈을 빼돌렸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경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갔는데 횡령한 돈은 한 푼도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은행 직원 아니랄까 봐 정말 알뜰살뜰히도 날려먹은 모양이네요. 내용 간단히 알아봅니다.

 

 

1. 또 한 번 터진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2020년 1조 원대의 라임펀드사태 때에도 부실펀드인 걸 알면서도 팔아 관리시스템이 문제가 되어 개선하겠단 말을 한 게 무색할 정도로 직원이 10년 전부터 3차례에 걸쳐 빼돌린 614억 원의 돈을 일단 본인들 주장으로는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더 가관인 게 은행은 물론 회계법인, 금감원 조차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이게 정말 차장급 직원 한 명의 사문서 조작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제가 아무리 업계 종사자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비단 우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데요. 지난 몇 년간 우리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생명보험, 카드사까지 우리나라 굴지의 금융 기관들 대부분에서 횡령 사건이 일 년에도 수차례씩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2. 우리은행 600억 횡령 사건의 전말

일단 61,452,146,000의 돈을 횡령한 이번 사건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대우일렉트로닉스(현 위니아 전자)의 매각 자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우일렉의 지분 57.4%를 갖고 있던 캠코(자산관리공사)가 매각을 진행하고 주관을 우리은행에서 했는데 그 담당자가 범인인 전모 차장이었습니다.

 

이때 엔텍합이라는 이란의 가전업체에서 인수자금으로 우리은행에 578억 원을 넣었는데 중간에 대금 합의 과정에서 계약이 틀어지면서 인수가 무산이 됩니다.

 

2011년 5월 엔텍합에서는 잔금을 넣지 못했고 캠코는 계약금 578억 원을 몰수하게 된 거죠. 하지만 이 자금에 대해 '돌려줘야 된다' VS '아니라'라는 이견이 있어 이걸 계좌를 하나 새로 파서 묵혀두게 됩니다.

 

이란 유수의 가문인 다야니 가문에서 소유한 엔텍합 측에서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를 제기해 2018년 승소했고, 그간의 이자를 포함한 730억 원을 반환하라는 판결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전모 차장이 돈을 다 빼돌린 뒤였죠.

 

그런데 이상하게 2018년이 아닌 4년이 더 지난 2022년에 와서야 이 횡령 사건이 밝혀지게 됩니다.

 

이는 미국의 압력으로 벌어진 일인데요. 2015년 ISD 제소 당시만 해도 미국과 이란이 사이가 괜찮았지만 트럼프가 당선이 되며 이란과 척을 지게 되었고, 금융제재를 가하면서 동맹국들에게도 동참을 강요하였고, 이란으로의 송금이 막히며 우리나라에서는 이 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겁니다. 

 

그러다 미국의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폭등한 유가를 낮추기 위해 이란에 증산을 요구하며 특별 허가서를 발급해 경재 제재를 일부 풀어주는 당근을 건네주었고, 우리은행에서는 이 때서야 돈을 확인해보니 이미 남아있는 돈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경찰에 범인인 전모 차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고, 이에 전모 차장은 자수?를 하게 되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600억 중 500억 정도는 파생상품에 투자해서 공중에 날아가고, 동생에게 준 100억 원 가량은 뉴질랜드 골프장 사업에 투자되어 다 날아갔다고 합니다. 말로는 한 푼도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총 614억 원의 돈은 세 차례에 걸쳐 빠져나갔는데 2012년 173억 원, 2015년 148억 원 이렇게 두 차례는 수표로, 2018년 293억 원은 계좌이체로 빼낸 뒤 계좌는 해지했다고 합니다.

 

두 차례의 수표는 이자를 더 많이 주는 모 신탁회사에 맡겨둔다는 문서를 위조해 담당 부장의 결재를 받았고, 2018년 이체 당시에는 자산관리공사에 맡긴다는 문서를 위조했다고 합니다. 세 차례 모두 거액의 돈이 나가는데도 담당 부장이라는 사람이 직원 말만 듣고 '그러려무나~' 하고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ISD에서 패소한 뒤에라도 당연히 돈이 잘 있는지 확인을 해보는 게 일반적인 상식일 텐데 확인 한 번 안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굴지의 회계법인과 금감원에서도 매년 회계감사를 하면서도 전혀 몰랐다? ㅎㅎ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가 이어졌으면 영원히 묻힐 수도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워낙이 금융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사기에 가까운 업종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은 상식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3. 은행을 포함한 금융 기관의 막대한 이윤

ISD는 정부를 상대로 진행되는 재판이니 정부에서 갚아야 되는 돈이지만 돈을 들고 있던 우리은행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돈이 증발되어 버렸기 때문에 우리은행에서 돈은 메꾸긴 할 겁니다.

 

그런데 과연 저 돈이 은행의 입장에서 얼마나 큰 돈일까요? 믿기지 않지만 작년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제2 금융권과 대부업체까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고 합니다. 뭐 매년 사상 최대인 것 같은데요.

4대 시중은행은 가각 수조 원대의 순이익을 남겼죠. 순이익이 수조 원입니다. 4대 은행 시총이 각각 10~20조 정도 되는데 순이익이 수조 원..정말 어이가 없죠. 600억? ㅎㅎ

 

정말 예대마진이나 BIS율은 정말 어떻게라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긴 합니다.

 

 

마치며...

이번 사건은 이 자본주의라는 사회의 구조에 있어 정말 큰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금융이라는 허구와도 같은 자본 앞에 마음만 먹으면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횡령이 일어나는 기가 막힌 상황.

 

이게 우리은행에서 횡령이 일어났다고 해서 '우리은행은 못 믿겠으니 우리은행 OUT!'이라고도 못하는 게 액수에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은행에서 일 년에도 수차례씩 횡령이 일어나고, 법적으로는 금액이 클수록 더 큰 처벌을 받게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금액이 클수록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비율이 높은 더럽고 어처구니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지네요.

 

허구적인 자본과 약자에게만 강한 사법체계 속에서 통과된 검수완박이 더욱 걱정이 됩니다. 점점 더 어려운 서민들만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는 듯해서 씁쓸하네요.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