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군사적 의미와 독립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푸틴과 러시아, 현 상황의 우크라이나와 세계 각국의 입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푸틴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소련 붕괴 후 지금의 러시아의 이런저런 사태와 관련된 문제를 파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푸틴이란 인물의 행동을 파악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1952년 10월 7일생으로 레닌그라드(현 샹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입니다. 샹트페테르부르크 법대를 나와 KGB 요원으로 생활하던 중 동독의 드레스덴에 파견을 나가게 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걸 보며 '이건 아닌데?' 란 생각을 하며 정치에 대한 야망을 키우게 됩니다. 독일 생활 중 슈타지에서 활동했다는 증거물들이 나오는 걸 봐선 실제로 슈타지에서 활동을 한 것 같습니다. KGB와 연관된 무슨 활동을 했다고 추측을 할 뿐 확실치는 않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샹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푸틴은 대학시절 은사인 아나톨리 소브차크가 시장으로 있던 당시 그의 밑에서 일을 하게 되고, 법대 동문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메르베데프와도 함께 생활을 하게 됩니다. 열친의 절친이었던 소브차크가 크렘린의 부름을 받고 모스크바로 옮겨가게 되고 그의 수하에 있던 푸틴과 메르베데프도 함께 모스크바의 정계에 입문을 하게 됩니다.
당시 입법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옐친 정권은 1년간 수많은 총리를 교체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 차례가 당시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KGB 국장 푸틴에게까지 오게 되며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됩니다. 이후 푸틴은 당시 골칫거리였던 기나긴 체첸 내전 상황을 종결지으며 러시아인들의 큰 지지를 받게 되고, 서방세계에서는 학살자라는 오명도 받게 됩니다.
2000년 1월 1일 옐친 대통령의 기습 대통령직 하야와 함께 권한대행에 올랐고, 이후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되며 러시아의 일인자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푸틴 정권 1기 때에는 헌법상 3선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직을 물러나 절친인 메르베데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본인은 총리직에 올라 실질적인 권한은 계속 이어갔고 이후에 법을 개정해 현재까지도 대통령직을 이어가고 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최소 2036년까지는 대통령직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확실한 결말을 짓고 싶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 초기에는 친미 성향으로 나토에 가입할 의지가 있다는 견해까지 내비쳤으나, 점점 나토에 가입하는 구소련 국가들이 늘어나고 본인들의 의견이 묵살되자 서방세계와 점차적으로 멀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점점 러시아의 주변국들이 서방세계의 동맹으로 넘어가다 결국 바로 옆 나라이자 본인들의 정체성이 담겨 있기도 한 우크라이나에까지 나토에 가입할 상황이 오게 되었고, 이에 영토 분쟁 중에는 나토 가입이 불가한 조항을 이용해 지금까지 돈바스 지역을 중심으로 분쟁을 이어오고 있었고, 사태가 악화되어 침공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상황 해결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호소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를 내세워 서방세계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는 소련 시절의 핵을 보유하고 있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3국이 핵확산 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면서 핵을 포기하게 되고, 그 대가로 서방세계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게 정말 미국이나 유럽이 참전에까지 이르게 되면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가 있고, 미국과 나토의 입장에서도 이 상황은 너무나 부담스러울 겁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봤을 때 핵전쟁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최악에 최악의 상황
많이 들어서 아시겠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인 블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코미디언 출신입니다. 경제학 교수인 아버지를 이어 경제학과에 진학했지만 코미디언과 배우로의 생활을 선택했고, 우크라이나의 국민 시트콤인 '인민의 종'이란 작품에서 대통령 역을 맡으며 국민적인 인기와 지지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인기에 힘입어 2019년 우크라이나의 6대 대통령의 자리에 앉게 됩니다.
대통령이 코미디언 출신이란 것까지는 뭐 그렇다고 치겠습니다. 미국에서도 배우 출신들이 대통령도 하고(로널드 레이건), 주지사(아놀드 슈워제네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정부의 주요 인사와 국방부 인사에 그의 코미디언, 배우 친구와 동료들이 포진되어 있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정말 무슨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정말 문제가 심각해 보이고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행방은?
상황 자체는 러시아에 유리해 보입니다. 러시아는 유럽 가스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유럽 전체의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겨버릴 수 있다는 얘기지요. 특히나 유럽의 축인 독일은 '노르트스트림-2'라는 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고, 바뀐 총리가 굉장히 미온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더욱 가능성이 적어 보입니다. 물론 미국의 한마디에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얼마나 갈지는 모르죠.
-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재선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인데 생각만큼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 영국은 존슨 총리의 일명 '파티 게이트' 사건으로 측근들이 무더기로 사임을 하는 등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고, 이를 타계하기 위해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실익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미국에서 어떤 움직임을 실제적으로 취할지가 변수인데 언론 인터뷰나 성명을 보면 강경한 입장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지켜서 얻게 되는 실익이 과연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감정적으로 약자인 우크라이나의 편을 들어줄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결정을 해야 되는 위치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겠죠. 국토의 중간에 있는 드네프르 강까지는 안 되겠지만 돈바스 지역 정도를 내어주는 정도에서 상황이 끝나는 게 절충적으로 무난한 방법 같기도 하지만 남의 땅덩이리를 가지고 판단을 내리기가 쉬운 게 아니죠.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애초에 소련이 붕괴되기 전에 정말 러시아에 중요한 지역인 크림반도 지역이라도 본인의 영토로 나눠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크림반도 흑해 지역은 최소한 군사적 입장에서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죠. 이런 사태는 이미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비대칭 무기인 핵을 포기한 걸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합니다. 약자의 설움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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