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하버드대에 합격하고도 돈 때문에 포기를 하게 되면서 돈과 권력에 집착하게 된 사나이가 있습니다. 그는 1960년에 대선에서 낙선하고, 당시 케네디와의 TV 토론회에서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고전을 하며 민주당 콤플렉스까지 생기게 됩니다.
권력의 맛
닉슨은 대통령 역임 전 하원의원, 상원의원, 부통령을 두루두루 거치며 권력의 맛과 권력을 이용하는 법을 배웁니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부농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정치자금 천만 달러를 받고 특정 회사에 특혜를 주며 40만 달러씩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터넷이 보편화되지도 않고, 권력을 이용해 언론도 통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정부패 사실은 철저히 은폐되었고 대다수 국민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언론인들 사이에서 반 닉슨파가 생기게 되고 결국엔 이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은폐된 상황 속에서 닉슨은 인플레이션도 잡고 소련과의 냉전 완화, 핑퐁외교로 중국과의 관계개선 등의 데탕트 분위기 조성, 아폴로 11호 달착륙 등으로 60프로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대선과 음모
대선을 앞둔 1972년. 이런 상황에서도 안심이 안되었는지 확실한 재선을 위해 여러 계획을 꾸미게 됩니다. 특히나 25만 달러를 들여 이런저런 공작을 펼치게 되고 민주당사를 도청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당선 때 득표율로 보면 이해가 안 될 정도의 엄청난 사건을 저질러 버린 것이죠. 물론 닉슨이 전면에서 진두지휘를 한 것도 아니고 이런 내용까지는 몰랐을 거라 생각되긴 하지만 닉슨의 민주당 콤플렉스를 생각해보면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벌인 게 영 납득을 못 할만한 일은 아니란 생각도 듭니다. 또 닉슨 재임기간 중의 갖가지 부정부패로 측근들도 어지간한 범죄행위에는 무감각해져 있던 상황이었죠. 이 일의 책임자는 고든 리디란 인물로 닉슨의 최측근이었고 원래 100만 달러짜리 계획이었으나 깎이고 깎여서 액수가 1/4토막이 난 채 계획이 실행되게 됩니다.
거물급 잡범들
민주당 핵심인사의 선거전략 도청을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본부 사무소가 있던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게 되는데 설치를 잘못해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재설치를 위해 다시 한번 잠입을 하게 되고 주차장 쪽 문에 테이프가 묶여 있는걸 이상하게 생각한 경비원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경찰은 민주당 사무소에 불법 침입한 5명의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5명은 비질리오 곤살레스(Virgilio González), 버나드 바커(Bernard Barker), 제임스 W. 매코드(James W. McCord), 유지니오 마르티네스 주니어(Jr. Eugenio Martínez), 프랭크 스터지스(Frank Sturgis)였고 처음에는 경찰도 단순 절도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사 도중 도청기를 설치하기 위해 침입했다는 걸 알게 되고 사이즈를 직감한 경찰은 이 사건을 FBI로 넘기게 됩니다.
그중 버나드 바커가 하워드 헌트(E. Howard Hunt, Jr.)의 백악관 연락처를 기록해둔 수첩을 지닌 채로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점, 일련번호가 연속되는 지폐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일련번호가 연속된 지폐를 소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기관에서 찍어져 나온 돈을 바로 받아서 보관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돈은 멕시코에서 돈세탁을 거친 정황도 포착이 됩니다. 범인들 중 전직 CIA 요원과 닉슨 쪽 경호요원, 재선위원회 활동 사실이 밝혀지고 이후 수사는 고든 리디에게 연결이 됐고, 이후에 닉슨의 백악관 최측근과 닉슨재선위원회(CRP)에까지 뻗히게 됩니다.
이에 FBI에서는 닉슨 대통령과 주변에 대한 전방위적인 부정부패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닉슨 대통령의 보도담당관 로널드 루이스 지글러는 '3류 절도(third-rate burglary)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하며 백악관과의 관계를 부인합니다. 또한 피고인 5명의 묵비권으로 사건이 지지부진하게 진행이 되는데 닉슨의 재선을 막고 싶었던 FBI 부국장 마크 펠트는 국가 안보상 대놓고 폭로는 못하지만 언론을 이용해 정보를 흘리기로 결심합니다. 이때 정보를 받았던 핵심인물이 민주당 쪽 언론 워싱턴 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란 20대의 기자였습니다. 정보원의 코드네임은 'Deep Throat'였고 이 사건으로 닉슨은 국민들의 공분을 쌓게 됩니다.
하늘이 돕는 닉슨
하지만 운좋게도 민주당 후보 맥거번의 러닝 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토모스 이글턴이 정신병 관련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전기충격 치료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글턴의 정신병이 재발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부통령이 국가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내용이 기사화되며 다시 지지율은 닉슨 쪽으로 기울게 되고 여론조사에서도 인기가 하늘을 찌르게 됩니다. 닉슨은 기세를 몰아 대선에서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49개 주에서 승리를 기록하며 대박을 치게 됩니다. 얼마 가지 않아 대통령의 머리 위에 앉아있던 눈엣가시 같은 FBI 국장 후버가 죽고 기회라고 생각한 백악관에서는 국장 자리에 펠트 대신 본인들이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루켈하우스를 앉히게 됩니다. 이를 못 견딘 펠트는 사직을 하게 됩니다.
거짓말쟁이의 최후
그리고 법률고문 딘에게 모든걸 덮어씌워 꼬리를 자르려 합니다. 이에 딘은 배신감을 갖게 되고 닉슨의 부정부패를 폭로해 버리며 녹음테이프의 존재에 대해서도 말을 해버립니다. 이에 특별검사 아치볼드 콕스는 테이프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하는데 백악관은 안보의 이유로 불응을 하며 콕스를 해임시키려 합니다. 이 지시에 불응하며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사퇴를 하게 되고 콕스도 끝내 해임이 돼버립니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이 사건은 언론에 '토요일 밤의 대학살'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닉슨은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I'm not a crook.)를 외쳤지만 여론은 싸늘했고 결국 편집된 테이프를 제출하게 되고 마크 펠트의 폭로로 제출된 테이프가 18분가량이 삭제된 편집본이란 사실이 밝혀져 더 이상 못 버티고 원본을 제출하게 되어 닉슨의 각종 은폐 사실이 밝혀지게 되고 증거인멸죄도 추가되게 됩니다.
탄핵이 급물살을 타고 하원을 통과하게 되고 상원에서 탄핵이 유력해지자 닉슨은 스스로 기자회견을 열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부통령 제럴드 포드는 곧바로 사면권을 사용해 닉슨의 죄를 바로 사면해 주었고 이게 국민의 분노를 사게 되어 재선에도 실패하게 됩니다.
젊은 기자들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는 '딥 스로트'가 죽기 전에는 그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겠다고 주장해왔으나, 2005년 5월 31일 당시 91세였던 마크 펠트가 미국의 월간지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딥 스로트'임을 밝혔고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그리고 당시 편집국장이던 밴 브래들리도 그가 제보자임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후 FBI의 위치에서 직무를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과 부정행위에 경종을 울린 영웅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기도 한 인물이죠. 펠트 본인은 2006년 발간된 회고록에서 자신을 백악관의 탈선을 좌절시킨 론 레인져(미국 서부극의 의인)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두 기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였고, 밥 우드워드는 몇 년전 '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란 책으로 트럼프에 대해 폭로하기도 합니다. 공화당과 악연인 듯합니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는 더스틴 호프만과 로브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로 만들어지는데 정말 훌륭한 명작이니 한 번쯤 감상하길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타자기 소리가 압권인데 실제 녹음에서는 타자기 소리와 총소리를 섞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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